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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

  • lkh950203
  • 2022년 3월 13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3월 14일


나의 친구 한성은 영의 애인이다. 영은 나의 직장 동료다. 나는 영을 통해 한성을 알았다. 처음에 한성은 영의 애인일 뿐이었지만 이제 한성은 내 친구다.


영과 한성은 함께 산다. 어제는 둘의 집에 놀러갔다. 집에 있던 치즈를 챙기고 마트에 들러 와인을 샀다. 딸기를 1+1 행사하고 있길래 딸기도 두 팩 집었다. 집에 도착하자 영이 먼저 나를 맞아주었다. 한성은 요즘 시험 준비 중이다. 한성은 둘이 재밌게 놀라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마저 공부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사 간 와인을 다 마시고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온 두 번째 와인 한 병을 다 비워갈때 쯤 방에서 한성이 나왔다. 시험이라는 급하고 중요한 일을 앞둔 한성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기쁘고 즐거운 채로 이야기를 나눴다.


“내 생일때 강희가 준 펜 있잖아, 그거 공부할 때 잘 쓰고 있어.”

“그래? 잘 쓴다니까 좋다.”

“그래서 요즘에 내가 하고 있는 집단상담 프로그램 끝나면 같이 했던 사람들한테 하나씩 선물할까 생각중이야.”

그렇구나, 하려던 순간 생일선물이었다는 게 떠올랐다.

“근데 내 생일엔 뭐 해줬어? 아무것도 없었잖아.”

“야, 무슨~ 생일 축하한다고 했잖아.”

“개싸가지!”

우린 이런 사이다.


우리는 정말 많이 싸웠다. 가족과 애인 이외에 내가 제일 많이 싸운 사람을 꼽으라면 한성일 것이다.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지 1년이 채 안 됐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여행을 가서도 싸우고, 술을 마시다가 싸우고, 같이 살기로 했다가 싸우고 헤어지기도 했다. 싸울 때마다 진심을 다해서 싸웠고 그래서 난 우린 정말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맞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말이 조금 안 통하고, 생각이 조금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면 강희는 꼭 ‘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그런다.”

사실이다. 우리가 그렇게 많이 싸운 이유는 생각이 다른데 그걸 꼭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로 내가 참지 못하긴 하지만, 한성도 그냥 넘어가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성을 친구라 여기는 이유는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집들이는 내가 먼저 놀러가겠다고 청했다. 그 전날에 애인과 헤어져서 어떻게든 시간을 혼자서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다가 부엌으로 나온 한성은 헤어진 이유를 열심히 추측해 주었다. 솔직히 한성이 말하는 ‘부치의 마음론’은 썩 그럴듯하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고마웠다. 때로는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사람의 열심과 마음에 넋이 나갈 때가 있는데, 어제가 그랬다. 한성은 애인을 비난하지 않고 상황을 살펴주었고 그러면서도 실연당한 사람에게 최고의 위로를 해 주었다.


나는 그를 많이 믿는다. 한성은 내가 혼자라 힘들 때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먼저 와 주었고, 나를 판단하지 않으며,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돈과 유머와 마음씀을 나누어 주었다. 우린 재미있는 시간을 많이 보냈고, 싸운 만큼 믿게 되었으며,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안다.


영과 한성네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점심같은 늦은 아침을 함께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나서도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다가 내 집으로 왔다. 내가 둘의 집을 나오기 전에 한성은 주스를 만들고 있었다. 사과Apple와 비트Beet, 당근Carrot을 갈아만든 ABC주스라고 했다. 주말이 끝나고 다시 내일부터 출근하는 영을 위해 미리 만든 아침식사였다.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나는 가끔 한성을 만나고 올 때면 혼자 상상한다. 우리가 함께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많이 싸우고 두 연인 사이에 껴서 소외감을 느끼고 어떤 날은 혼자 있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괴롭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오고가는 많은 사랑을 보았을 것이고 어떤 날은 나도 사랑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한성을 보면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가 가진 사랑을 나누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한성을 오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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